엊그제 와인 바겐세일이 너무 없다고 툴툴거린 데 대해, 여러 분들께서 귀중한 정보를 모아주셨다.
라빈 2월 장터 예정, L백화점 할인 행사 안내와 L마트 특설 와인 이벤트에,
모 마트의 일부 와인 특별 할인가까지... 덕분에 금요일 저녁, 와인가게를 '순례'하게 됐다.
한아름 와인을 싸들고 돌아왔으니 당분간은 걱정없을 것 같다. 거듭 감사를 표한다. 고맙습니다.
순례 끝에 얻은 좋은 와인 정보들을 올린다. 필요하신 분들 공유하시면 되겠다.
라빈 행사는 다음주이므로 제외하고, L백화점과 L마트 이벤트 상품 중에서
싸고 괜찮은 것들을 골랐다. 백화점은 무료 배송이 되므로, 여러 병 구입해도 '짊어지고갈' 부담이 없다는
팁도 알아두시길.
1. 오토모토 멜롯(Auto Moto Merlot), 미국 캘리포니아 : 9천원

L백화점에서만 파는 와인이 아닌가 싶다. 파격적으로 팔 때는 7천원 이쪽저쪽에 나온 것도 보았지만
9천원 정도면 괜찮은 가격이다. 멜롯 품종답게 향이 좋고, 맛이 부드러우며, 가격 대비
밸런스도 훌륭하다. 데일리 와인으로 가볍게 먹기에 참 좋은 포도주다.
9천원 정도 가격에는 칠레의 '선라이즈'라는 걸출한 와인이 있지만 그에 견줄만 하다.
'선라이즈'라면 '까르미네르'와 '까버네쇼비뇽'을, '오토 모토'라면 '멜롯'으로 나누어 선택하셔도 좋겠다.
2. 데이비드 스톤 피노 누아(David Stone Pinot noir), 미국 캘리포니아 : 9천9백원

피노 누아치고는 너무 저렴한 가격이라 망설이다 딱 한 병만 구입했다. 인터넷에도 제대로 된 정보가
드문데다, 외국 사이트의 평은 그저 그래서 마개를 열 때까지 조마조마한 심경이었다.
그렇지만 열어보니 품질은 상당히 괜찮았다. 1만원 이하에서 이 정도의 피노 누아를 구입할 수 있다는 건,
한국에서는 거의 기적에 가깝다. L마트 잠실점에서 구입. 아쉬운 마음에 근처 사는 친구에게 부탁해
3병을 더 사다달라고 했다.
저렴해도 피노 누아는 피노 누아. 달콤하면서도 다채로운 꽃향기가 가득하며, 맛은 무겁지 않고
약간의 탄닌도 있다. 피니쉬가 살짝 부족하지만, 가격을 생각한다면 불평해선 안 된다.
같은 품종의 까버네 쇼비뇽과 멜롯도 있는 것 같지만 맛 본 건 피노 누아 뿐이다.
치즈와 샐러드 같은 가벼운 안주와 아주 잘 어울린다. 강력 추천!
3. 몰리나 리저바 와인메이커스 블렌드 (Molina Reserva Winemaker's Blend), 칠레 : 1만3천원

쉬라즈와 까버네쇼비뇽, 까버네 프랑 품종을 블렌딩한 와인이다. 사실 리저바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직 배송 전이어서) 찾아보니 이미지에 그렇게 쓰여있어 적어둔다. 쉬라즈의 함량이 높지만
블렌딩이 잘 되어 목넘김이 부드럽다. 가격 대비 품질이 아주 높은 와인이다.
초콜릿향이 나고, 첫맛이 강하고 탄닌이 풍부한데 비해 피니쉬가 부드러운 편.
보르도 와인을 좋아한다면 특히나 추천하고 싶다. 1만원대 초반의 와인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듯. 할인가 1만3천원은 내가 본 가격 가운데는 가장 낮은 것이다.
저렴한 칠레 와인은 사실 딱히 고를 필요가 없이 가성비가 좋다는 게 정설이지만
이 몰리나 와인은 그중에서도 아주 훌륭한 편이다. 이것도 강추.
4, 콰사르 그랑 리저브 까쇼(Quasar Gran Reserve CS), 칠레 : 1만5천원

이 와인 역시 L백화점에서만 취급하는 것 같다. 아주 강렬한 첫맛을 자랑하며 밀도가 좋아서인지
탄탄한 바디감, 풍부한 과일 향기에 인상적인 끝맛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품종은 까버네 쇼비뇽.
일반적으로 Gran Reserva라 하면 1년 6개월(2년인가?) 이상의 오크통 숙성을 의미하지만
칠레에서는 이 표기가 그리 정확하게 지켜지지는 않는 듯 하다. Gran Reserva와 Reserva 간 차이가 크지 않다.
그렇지만 이 와인에서는 오크통 향기도 충분하며, 드라이한 와인을 좋아하는 이라면,
저가 와인의 까버네쇼비뇽이 진한 맛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콰사르를 권하고 싶다.
<이미지 출처는 http://www.wineessay.com/286>
사실 내가 산 것은 이것 말고도 몇 병 더 있지만, 아직 맛을 못 본 것도 있고(심지어 일부는 아직 배송 전!)
가격이 이보다 높은 것들도 있다. 일단 저가 와인들 중에서 괜찮은 것들이니 참고하시길.
영화 '사이드웨이'에 보면, "특별한 날에 좋은 와인을" 먹는 게 아니라, "좋은 와인을 먹는 날이 바로 특별한 날"
이라는 의미심장한 대사가 나온다. 그 말이 옳다. 아니, 와인은 항상 옳다.